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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不信)

Composes 2007. 2. 2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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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노래 가사보고 소설 쓰기 숙제때문에 썼던 소설입니다...
하루 꼬박 밤 새워서 컴퓨터를 토닥였는 데, 끝에 가서는 너무 피곤해서 대충 완결을 맺었습니다.

이거 A4용지 11장 분량 정도 되어서, 다른 아이들한테서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몇 반의 이모씨(이승일 군)와 홍모씨(홍우영)는 20pg 넘게 써서 국어 선생님들께서 그 소설은 읽지도 않고 버렸다는 전설이 있죠=_=;;

정말 끔찍하게 소설을 끝냈던 거로 기억하고 있는 데..
잘 읽어 주셨으면 좋겠네요..
(중학교 2학년 국어책에 '비누인형'이 학생작품이라고 했는 데.. 그건 정말 재능 있는 아이들만 쓰는 거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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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不信)

윤승용

Prologue

콩쥐는 어느 한 부잣집에 입양된 소녀이다. 콩쥐에게는 아버지가 계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실직상태여서 콩쥐를 위해 구걸을 하다가 차에 치여 돌아가셨다. 그래서 콩쥐는 고아원에 맡겨지게 되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시련만이 그녀를 맞게 되었다. 고아원에서 주변 고아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고아원 선생님들은 그녀가 조금만 잘못하여도 폭력과 비난이 쏟아내렸다. 그 때부터 콩쥐의 마음속에 시련에 대한 분노들이 쌓이기 시작하였다.


부잣집 소개

부잣집에는 과부(조주예)와 최팥쥐, 두 사람만이 살고 있다. 조주예에게 남편(최성진)이 있었다. 그러나 최성진은 큰 사업을 벌이던 중에 자동차 사고를 당하여 죽게 되었다. 조주예는 최성진의 보험금을 받게 되어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성품은 악덕하였으므로, 아무리 부자였어도 그녀에게는 사람이 한 사람도 모이려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의 딸, 팥쥐만이 그녀를 따를 뿐이다. 그녀의 악덕한 행위 중 몇 가지를 예를 들자면, 자신보다 지위가 낮아 보이는 사람은 여러 가지로 괴롭히고 학대하고, 아무리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곁에 있어도 도와주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의 딸, 팥쥐는 그녀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소녀이다. 팥쥐와 콩쥐는 서로 같은 나이였으나, 생일이 이틀정도 차이가 나는 것만으로 스스로가 콩쥐의 언니 역할을 한다. 팥쥐에게는 그녀의 어머니처럼 사람이 잘 모이지 않는다. 팥쥐의 악덕한 행위들 중에서 예를 들자면, 다른 사람의 차에다가 스크래치나 낙서 등을 하고, 미물(微物)은 막 죽이며, 미물(美物)은 흉물(凶物)로 보이게끔 하게 하는 것 등이 있다.

과부의 남편, 최성진은 조주예, 최팥쥐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인간'이었다. 최성진과 친해진 사람들은 어떻게 최성진하고 조주예가 부부가 됐는지 의문을 가질 정도이다. 최성진은 매우 따뜻하고 친절한 성격의 '인간'으로써,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정신을 갖고, 공동체간의 관계를 윤활하게 해주며, 자신과 공동체의 일은 물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일까지 관심을 가지고 잘 도와주는 희생정신을 가진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성격으로 인해 최성진은 자동차사고를 당하게 되어 죽고 말았다. 최성진은 공동체를 위해 큰 사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가 마지막 사업 계획안의 전달을 위해 길을 걸어가다가 어린 아이 하나가 자동차에 치이려고 하는 순간 아이를 구해주고 대신 자신은 목숨을 버리게 된 것이다. 아이의 부모, 그의 동료들, 그리고 그에게서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은 그의 장례식에서 그의 혼을 달래주었다. 그러나 조주예는 그의 장례식에 들어온 부의금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의 혼을 달래주기는 커녕, 그를 비난하기만 하였다.


콩쥐의 새 생활

최성진이 죽은 이후 사람들은 조주예와 최팥쥐의 집을 전혀 방문하지 않았다. 장례식에서의 그들의 성격과 욕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한 조주예와 최팥쥐는 결국 사람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피하려고만 하였다. 최팥쥐는 혼자 지내는 생활(조주예와는 모녀관계이므로 한계가 있었다)이 매우 외로웠다. 그래서 조주예에게 동생을 만들어달라고 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엄마! 나 동생 좀 만들어줘."

"내가 동생을 어떻게 만드니? 지금 우리 집에 남자가 한 명도 없는데."

"아, 그러면 생각 좀 해봐. 어떻게 하면 동생이 생길 수 있나."

"음... 잘 모르겠다. 딱히 적절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되지..? 음.. 아! 엄마, TV에서 입양 같은 거 나오잖아, 우리도 동생을 하나 입양하는 거 어때?"

"좋은 생각 같은데? 그런데 입양 같은 거 하는 거 복잡하지 않아?"

"아무리 복잡해도 이렇게 외롭게 있는 것 보다는 낫지. 동생 입양하면 맨날 귀여워해주고 잘 보살펴줘야겠다."

"그래. 입양해보자."

이러한 이유로 콩쥐는 부잣집에 입양되었다. 콩쥐는 고아원에서의 시련이 지금부터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기쁘게 부잣집에 들어갔다. 조주예와 최팥쥐는 처음 며칠간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콩쥐를 통해 날려보냈다. 콩쥐 역시 조주예와 최팥쥐의 따스함으로 고아원에서 쌓여진 분노를 녹여갔다.


콩쥐의 고통

사실 그들의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라 타인(他人)을 괴롭히지 못해서 생긴 금단증(禁斷症) 같은 것이었다. 타인을 괴롭혀야 즐거움을 얻는 그들의 성격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함으로 스트레스로 쌓이게 된 것이다. 사람을 만나지 못한 외로움으로 착각한 그들은 입양을 통해 사람을 만남으로써 쌓인 스트레스를 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조주예와 최팥쥐는 곧 콩쥐에 대해서 싫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싫증을 풀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때 콩쥐는 모녀들에게 어떻게 은혜를 갚을까 생각 중이었다. 고아원에서의 시련을 부잣집에서 잊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콩쥐는 모녀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하기로 결정하려했다. 그렇지만 모녀는 부자였기 때문에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되어서, 고민이 되었다. 모자의 집은 부잣집이었으므로 집이 비교적 컸다. 두 사람이 큰 집을 관리하기는 힘들었으므로 가사 도우미를 고용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쥐는 받은 용돈으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기로 했다.

두 모녀는 문득 자신들의 큰 집이 생각이 났다. 그 큰 집을 관리하는 데 매우 힘들다는 것은 두 모녀가 직접 깨달았기 때문에, 콩쥐에게 집 관리를 시키기로 하였다.

콩쥐가 가사도우미를 부른 날 모녀가 콩쥐에게 집 관리를 시키라고 명령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모녀가 콩쥐가 부른 가사도우미를 보자 매우 허탈하였다. 그래서 모녀는 이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해보았다.

"엄마, 저 녀석 어떻게 해야 해?"

"저 녀석... 우리가 저 년한테 집안일을 시킬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혹시 저 년이 우리를 도청하는 게 아닐까?"

"아, 그렇구나, 저 년 도청한 거구나! 저 년한테 돈을 너무 많이 줬나 보군. 앞으로 돈을 주지 말아야겠어. 그리고 저 가사도우미는 해고시키고 콩쥐를 시켜서 죄 값을 받게 해야지."

"응. 당연히 그래야지."

모녀는 콩쥐가 부른 가사도우미를 들어온 그날에 해고시켜버렸다. 가사도우미는 슬피 집으로 돌아갔다. 콩쥐는 모녀의 행동에 대해 매우 놀랐다. 콩쥐는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는지 궁금하였다. 그래서 콩쥐는 모녀를 찾아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콩쥐는 잘못을 했다면 바로 사과해야겠다는 떨리는 마음으로 모녀에게 물어보았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하였나요?"

"너! 우리들 도청했지! 도청기 얼른 찾아내!"

콩쥐는 처음 듣는 말로

"네? 도청이라니요? 그런 것은 전혀 없어요."

"그러면 네가 어째서 우리가 네게 일을 시키려는 것을 알았지?"

콩쥐는 그 말을 듣고 문득 놀랐다.

"제게 일을 시키려고 하셨다고요?"

"어쭈! 네 년이 거짓인 척 연기도 하네?"

"안되겠다. 이 년에게 뜨거운 맛이 필요하구만!"

조주예와 최팥쥐는 매우 즐거웠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즐거움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예에?"

콩쥐는 영문도 모른 채 얼떨떨하게 서 있었다.

"앞으로 네게 이 집의 청소 같은 모든 관리를 맡기도록 할게다."

조주예는 콩쥐에게 벌을 내렸다.

"만약, 네가 관리를 허술히 했다거나 혹은 잘못하면, 며칠간 밥 같은 건 꿈도 꾸지 말고 편히 있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마라."

"제가 어째서 그러한 관리를 해야..."

"그걸 몰라서 물어봐? 네 년이 우리들 말을 도청했잖아?"

팥쥐가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건 둘째 치고 얼른 도청기 찾아서 앞으로 내놔. 만약 안내놓는다면 우리가 찾아서 발견되면 용돈 따위는 없을 줄 알아라!"

주예는 콩쥐에게 억지를 부렸다.

콩쥐는 있을 리 없는 도청기를 내놓으라는 조주예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웠다.

"저는 도청기를 찾을 수가 없어요."

"너 이제 죽었다! 이제 우리가 찾는다. 우리가 찾을 때까지 너는 죽을 준비를 하고 있어!"

조주예와 최팥쥐는 집안 구석구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집안 구석구석에는 여러 가지 도청기가 발견되었다. 사실 그 도청기들은 조주예와 최팥쥐가 일부러 설치한 것이다. 물론 그 중에서는 외부인이 설치해놓은 것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옛날에 최성진이 큰 사업을 벌일 때 다른 회사들이 최성진의 사업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었으므로 그 사업에 대한 정보를 빼내기 위한 목적이었다. 조주예와 최팥쥐는 외부인의 도청기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놀랐지만 지금이라도 발견되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악행이 천하에 알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콩쥐, 이 범인(犯人)아! 나와서 이걸 좀 봐라. 이렇게 갔다 대도 거짓을 고(告)할게냐?"

콩쥐는 엄청난 누명을 쓰게 되었다. 그 때 콩쥐의 머릿속에 집 여러 곳에 CCTV가 설치되어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콩쥐는 두 모녀를 CCTV 관리실로 오게 했다. 그리고는 CCTV에 의해 녹화된 화면을 보게 하였다. 조주예와 최팥쥐는 CCTV에 녹화된 화면을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그 화면에 자신이 했던 모든 짓이 바로 녹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로 인해 조주예와 최팥쥐의 계략은 실패하였다. 콩쥐는 겨우 누명을 벗게 되었다. 콩쥐는 다음에도 모녀가 자신을 괴롭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최콩쥐와 조주예는 콩쥐가 걱정한 바처럼 어떻게 하면 콩쥐를 어떻게 하면 괴롭힐 수 있는 지 생각해보았다. 그들은 일단은 CCTV를 정지하기로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콩쥐가 증언을 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콩쥐가 다른 방어를 할 수 없도록 집 밖에는 자신들을 노리는 스파이들과 강도들이 많다는 구실로 집 안에서만 행동하도록 만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니? 지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데."

"그러게. 어쨌거나, 일단은 콩쥐한테 집안일을 시키는 게 어때?"

"그래야겠지? 그래야만 일단 집이 깨끗해지니까."

"그런데 갑자기 많은 일을 시키면 뭐라고 하겠지? 그러면 일단 바닥 청소부터 시키는 게 어때?"

"그래. 그리고 점점 어렵게 만들어야지."

콩쥐는 이렇게 집안일 시작하게 되었다. 콩쥐는 바닥에 먼지하나 없도록 열심히 쓸고 닦았다. 그때마다 두 모녀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어지럽게 하였다. 두 모녀는 자신들의 실수로 보이게끔 바닥을 어지럽게 한 다음에 콩쥐에게 바닥 청소를 다시 하도록 시켰다. 그러곤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콩쥐는 그들의 실수라고 생각하며 바닥을 청소했다. 그러나 그들의 실수가 계속되다 보니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자신을 입양시켜주었다는 감사함을 생각하며 계속 마음에 담아두었다. 두 모녀 역시 더 이상 실수로 처리할 것이 생각이 나지 않아 바닥을 어지럽히는 것을 그만 두었다. 콩쥐가 바닥을 청소한 후에 두 모녀는 청소된 바닥을 보자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콩쥐에게 더 어려운 일을 시켰다.

그것은 콩쥐에게 정원을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콩쥐는 열심히 잡초를 뽑고 나무들을 가지치기 하며 주변의 쓰레기들을 주웠다. 이때도 두 모녀들은 계속 콩쥐를 방해하였다. 그들은 나무의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쓰레기를 버렸다. 콩쥐는 쓰레기를 주워도 끝이 없자 먼저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모녀들은 게을렀으므로 정원에 잡초들이 잘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콩쥐는 엄청난 양의 잡초를 뽑아야만 했다. 하지만 정원은 비교적 넓은 편이었으므로 콩쥐는 점점 지치기 시작하였다. 그 때 엄청난 수의 메뚜기 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메뚜기 떼들은 넓은 정원의 잡초들만을 갉아먹기 시작하였다. 얼마 뒤 메뚜기 떼들은 모든 잡초들을 갉아먹고 떠나려고 하였다. 콩쥐는 매우 고마웠다.

"메뚜기들아! 고마워! 내가 어떻게 하면 너희들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

"굳이 갚으려고 하실 필요 없어요. 덕분에 저희들은 맛있는 풀들을 배부르게 먹고 갑니다."

"그런데 어째서 여기에만 모여서 잡초를 먹었니?"

"그거는요. 다른 집 정원에는 모두 농약을 뿌려놔서 저희들이 먹으면 죽게 되어서 그래요. 하지만 여기는 농약이 하나도 뿌려져 있지 않아서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있어서 먹었던 것이에요."

"그런데 하필이면 왜 여기였어? 다른 데도 많을 텐데."

"아, 콩쥐님이 계속 힘들게 잡초를 뽑는 것을 보고 왔어요. 완전히 지쳐보이셔서 저희들의 배도 채울 겸 온 거에요."

"어쨌거나 엄청, 매우 고마워! 나중에도 풀 먹으러 와. 농약은 뿌리지 않을 것이니까. 만약 뿌려져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니란 것만 알아둬."

"네.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만."

그렇게 메뚜기 떼들은 잡초들을 뜯어먹고 갔다. 콩쥐는 고마움을 느끼고는 나뭇가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들은 거의 다 부러져 있었다. 콩쥐는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보고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였다. 그 때 바람에 찢어진 백과사전 한 페이지가 콩쥐에게로 날아왔다. 콩쥐는 그 페이지를 보고는 매우 고마웠다. 그 페이지에는 부러진 나뭇가지의 처리방법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콩쥐는 바람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였다. 콩쥐는 쓰여진대로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처리하였다. 그러자 나무들이 고맙다는 표현을 하였다.

"고마워요, 콩쥐님. 아까는 부러진 부분이 매우 아프고 욱신거렸는데, 콩쥐님 덕분에 통증이 사라졌어요."

"괜찮아. 생명은 소중한 거잖아. 그리고 고마움은 바람에게 표현해. 바람이 나한테 백과사전 페이지를 날려주지 않았다면 너희들을 치료할 수 없었을 거야."

"네. 어쨌거나, 감사합니다. 가을에 저희들이 콩쥐님을 위해 맛있는 열매를 맺어드릴게요."

"그렇게 한다면 매우 고마워."

"그럼 열심히 남은 일 하세요. 저희들은 동물 친구들에게 콩쥐님을 도와드리도록 부탁해볼게요."

"매우 고마워! 나중에 내가 너희들에게 아주 영양적이고 맛있는 비료를 줄게."

"감사합니다."

콩쥐는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쓰레기는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었다. 콩쥐는 쓰레기 처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떠한 동․식물이라도 쓰레기 처리를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은 없었다. 그 때 대문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콩쥐는 대문으로 가보았다. 그 곳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중학교의 학생들인데요, 여기 청소하고 봉사시간 좀 받을 수 없을까요?"

"어, 그래. 고마워……"

학생들은 정원의 쓰레기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여러 명이서 같이 쓰레기를 치우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정원의 쓰레기가 모두 사라졌다. 콩쥐는 그들에게 봉사 확인서를 써주었다.

"너희들, 정말 고마워. 그런데 어째서 봉사활동 장소를 여기로 선택하였니?"

"아, 여기가 계속 쓰레기들로 가득차서 이 거리를 지나면서 매우 눈살을 찌푸렸거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여기를 치우는 것이에요."

"그렇구나. 얘들아 고마워!"

어쨌거나 콩쥐는 모녀가 내린 명령을 모두 수행하였다. 모녀는 내린 명령을 모두 처리한 콩쥐를 보고 너무 놀랐다. 그건 도저히 사람으로서 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모녀는 형식적으로만 수고했다고 말하고 콩쥐를 쉬게 하였다. 두 모녀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잠시 동안 어떻게 괴롭힐까하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곧 정신을 차린 두 모녀는 콩쥐에게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적인 일을 시키기로 결정했다. 어려운 일 보다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콩쥐의 폭발

조주예와 최팥쥐는 어떠한 일들을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든지 생각해보았다. 먼저 부엌일을 시키도록 하기로 하였다. 그들은 콩쥐에게 다음날 아침밥을 짓도록 명령했다. 콩쥐는 요즘 들어 조주예와 최팥쥐가 자신에게 힘든 명령만 내린다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아침밥 짓기 따위는 식은 죽 먹기인데, 그걸 왜 자신한테 시키는 지 의심쩍었다. 그래서 콩쥐는 명령을 받자마자 부엌에 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부엌에는 쓸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었다. 조리 기구로는 프라이팬과 국자, 냄비 몇 개, 전자레인지 등이 전부였고, 그나마 모두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부엌에는 음식 재료들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콩쥐는 그 동안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궁금하여 조주예에게 물어보기로 하였다.

"어머니, 부엌에 아무것도 없는 데 저는 그 동안 무엇을 먹고 있었던 것입니까?"

"그거, 우리가 항상 시켜 먹었던 거였다. 내가 직접 요리하기 귀찮아서."

"어머니, 지금 이 상태로는 부엌을 쓸 수가 없을 것 같은 데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대신에 내가 아침 다 먹고 부엌에 갔을 때 제대로 정리정돈 되어 있지 않고 지저분하면 네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알겠냐?"

"네……. 그러면 내일 아침밥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라. 아! 그리고 내일 아침이 맛없어도 너는 무사하지 못한다. 제대로, 맛있게 만들어라."

콩쥐는 무지하게 열 받고 짜증이 났다. 거의 폭발 직전까지 갔지만, 콩쥐는 짜증을 최대한 꾹꾹 눌러서 마음속에 처박아 두었다. 고아원에서의 시련도 다시 되돌아오기 직전의 상태에 놓여 있었다. 콩쥐는 부엌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몇 년을 쓰지 않았는지 매우 먼지가 많이 있었고 여기저기 거미줄과 곰팡이들이 존재했다. 조리 기구는 아예 새로 사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버리기로 하였다. 청소할 것이 너무 많아서 콩쥐는 점점 지치고 있었다. 청소를 다 마치는 데는 몇 시간이 걸렸다. 콩쥐는 청소를 다 끝내자 음식 재료들을 사기로 하였다. 콩쥐는 내일 아침은 든든한 식단으로 차리기로 했다. 콩쥐가 계획한 식단은 대략 이 정도였다―콩밥, 시래기 된장국, 감자조림, 달걀 무침 등이다. 콩쥐는 가게를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사기로 하였다. 더불어 다음에도 음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여유분을 더 사두기로 하였다. 그렇게 식단과 재료를 계획한 콩쥐는 자기로 하였다. 그 때에도 두 모녀는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밤중에 그들은 콩쥐가 재료를 적어놓은 쪽지를 태워버리고 부엌을 어지럽혔다. 그리고 콩쥐의 방에 있는 알람시계의 알람 시간을 5시간 매우 늦춰놓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계략의 성공을 확신하였다.

다음날, 그들의 계략은 그대로 성공하였다. 전날 너무 지칠 정도로 일했던 콩쥐는 다음날 알람시계가 울릴 때 일어났다. 오후가 훨씬 지난 시간이었다. 콩쥐는 시계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 잔악모(殘惡母)(콩쥐는 조주예를 인격적으로 대하기를 포기하였다)에게 아침 인사를 하러 갔다. 콩쥐의 예상대로 잔악모는 매우 화가 나 있었다. 그리고 콩쥐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너! 내가 아침밥 해놓으라고 했지?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난 거냐! 지금은 아침은커녕 점심때도 지났잖아!"

"죄송합니다."

"그리고, 너! 부엌이 왜 저렇게 지저분해? 청소 안했어? 내가 분명히 청소해 놓으라고 했었는데?"

"네? 그럴 리가 없는데요."

"그럼 내가 보여줄까? 따라와!"

콩쥐는 잔악모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잔악모는 매우 지저분해진 부엌을 콩쥐에게 보여줬다. 콩쥐는 매우 경악하였다. 잔악모와 팥 먹다 체한 쥐(팥쥐 역시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을 포기하였다)가 더럽힌 부엌은 처음 본 부엌과 거의 비슷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콩쥐는 커다란 누명을 쓰게 되었다.

"내가 어제 분명히 여길 치웠는데……."

"너, 이걸 봐도 할 말이 있니? 너 오늘부터 용돈 같은 건 없다. 그리고 얼른 가서 수돗물 수조에 물 꽉 채워!"

"네……."

콩쥐는 무척 열 받고 화가 났지만, 참았다. 콩쥐는 부엌을 먼저 치웠다. 다행히 먼지 같은 게 쌓인 것은 잔악모와 체한 생쥐가 임의로 흩어놓은 거라서 치우기가 쉬웠다. 그리고 조리 기구들은 어차피 버릴 생각이었으므로 바로 쓰레기통으로 보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난 부엌 정리 후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수조는 옥상에 있기 때문이다. 콩쥐는 주변에 수도관 혹은 수도 호수가 있는 지 살펴보았다. 불행히도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수조 속에 수도관이 있었지만, 바닥에 있어서 콩쥐가 수조 속에 들어가면 빠져 나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콩쥐는 아래층의 수도꼭지에 호스를 이어서 수조의 물을 채웠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도 물이 채워지지 않았다. 콩쥐는 왜 그런 지 알아보기 위해 수조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보니 수조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콩쥐는 이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일단은 잔악모에게 물어보기로 하였다.

"어머니, 수조에 구멍이 뚫려있어요. 그래서 수조의 물을 채울 수가 없어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

"네……."

콩쥐는 매우 슬펐다. 어쩌다가 이렇게 험악한 집으로 입양이 됐는데 처음에 왜 그렇게 기뻐했는지 후회가 들었다. 그렇지만 콩쥐가 울면 저들은 자신을 비웃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참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서 울기 시작했다. 꽤 울고 나서는 다시 수조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콩쥐의 마음속은 이미 포화(飽和) 상태가 된지 오래였다. 콩쥐는 이를 계속 누르고 눌러 담아서 참고 있었던 것이다. 눌러 담았던 것이 넘치자 콩쥐는 이를 눈물로 달랬던 것이다. 그러나 콩쥐가 눈물로 달래는 것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콩쥐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콩쥐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기 때문에 울은 것이다.

어쨌거나 콩쥐는 다시 시련을 마음속에 담고 수조 처리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었다. 때마침 두꺼비가 수조를 지나고 있었다.

"두꺼비야, 이 수조는 어떻게 처리해야하니?"

"음. 이건 쉽게 막을 수 있는 구멍이 아니에요. 수조를 새로 교체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정말로 그거 말고는 없니? 그거를 새로 교체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되는 데."

"그러면 그걸 다른 것을 덧붙여서 막는 수밖에는 없어요. 그런데 그건 힘든 작업인데……."

"고맙구나. 그런데 막는 데 어떠한 도구가 필요하지?"

"철물점에서 철판, 나사, 너트 그리고 드라이버를 구하세요. 그리고 철판을 수조의 구멍 난 데에다가 댄 후 나사와 너트를 이용해서 철판을 고정시키세요. 그러면 될 거에요."

"고마워. 내가 네게 어떻게 은혜를 갚으면 될까?"

"제가 여기 수조에서 살아도 될까요?"

"물론이지. 내가 네가 잘 살 수 있도록 꾸며줄게."

"고마워요."

"아니야. 네 덕분에 이 수조를 고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건 별로 큰 게 아니지."

그렇게 콩쥐는 수조를 고치고 물을 부어 넣으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안쪽의 수도관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콩쥐는 사다리를 이용해서 수조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수조속의 수도관에는 밸브가 있었다. 그러나 그 밸브는 꽉 잠겨 있었다. 그래서 콩쥐는 수도관의 밸브를 풀었다. 그러자 엄청난 양의 물이 수조로 나오고 있었다. 콩쥐는 부리나케 수조 밖으로 나왔다.

콩쥐는 이 명령도 모두 처리한 뒤 잔악모에게 가서 임무를 완수했노라고 알렸다. 잔악모는 또 놀랐다. 이걸 처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잔악모는 또 힘들고 어려운 일을 콩쥐에게 명령하였다. 콩쥐는 또 그 명령을 받들고 처리를 하였다.

그런 식으로 몇 달이 지났다.


파티

다른 부잣집에서 파티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파티는 거의 수년에 한 번씩 있을까 말까 하는 파티였다. 그래서 잔악모와 팥 먹다 체한 쥐는 평소와는 다르게 파티 준비를 하였다. 콩쥐 역시 그들을 따라 파티를 가려고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잔악모와 팥 먹다 체한 쥐는 콩쥐를 그렇게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그들은 콩쥐에게 하루에 도저히 끝내기 힘든 명령을 내렸다. 집을 몽땅 청소하고 빨래들은 모두 다 빨아놓고 내일 밥 할 거리들을 몽땅 해 놓으라는 것이었다.

콩쥐는 하루 동안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막 시작하려고 했다. 몇 달 동안 지내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이미 다 알고 있는 콩쥐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에 놓여있었다. 그러다가 이것들을 다 하면 어떤 일이 벌어날 지 생각해보았다. 콩쥐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이는 전혀 쓸모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 일들을 다 하면 새 명령이 떨어지니 어차피 파티는 못 가게 될 것이고, 이 일들을 다 못해도 파티는 못 가고, 어차피 갈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이 일들을 다 안하고 파티를 간다고 해도 어차피 명령만 더 받을 뿐이었다. 그래서 콩쥐는 이 일들을 다 안하고 파티를 가기로 하였다. 파티는 수년에 한 번씩 있을까 말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을 놓치면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잔악모 몰래 파티를 가기로 했다.

잔악모와 쥐새끼가 파티에 가자 콩쥐는 그들이 가는 방향과 다른 방향을 택해서 파티에 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방향은 조금 더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잔악모와 쥐새끼를 만날 일은 없었다. 그리고 약간 늦게 가야 그들이 콩쥐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잔악모 무리가 파티를 가자 콩쥐도 갈 준비를 다한 다음에 파티를 갔다. 물론 콩쥐 자신이 받은 명령은 하나도 하지 않고 갔다. 어쨌거나 콩쥐는 처음으로 파티란 것을 참여해보게 되었다.

부잣집의 파티는 매우 화려하였다. 벽 가까이에 붙어 있는 테이블들에는 수백 가지의 맛좋은 음식들이 접시에 담겨져 누군가가 먹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홀에서 개회사와 다른 식(式)들을 하기 때문이었다. 홀에서 콩쥐는 자신과 춤출 상대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라고는 만나본 적이 거의 없는 콩쥐에게는 같이 춤출 남자를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갑자기 어떠한 멋있는 남자가 콩쥐에게 같이 춤을 추겠냐고 물어보았다. 콩쥐는 매우 기뻐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히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남자는 음악이 시작되자 콩쥐와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콩쥐는 매우 행복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남자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자 콩쥐는 남자에게 인적사항을 물어보았다. 남자는 부잣집의 아들이라고 대답하였다. 콩쥐는 매우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천한 자신이 저렇게 귀한 분과 춤을 출 수 있었던 건지. 어쨌거나 남자 역시 콩쥐에게 인적사항을 물어보았다. 콩쥐는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다. 입양되어 천하게 살아오고 있는 자신을 그 남자가 알게 된다면 그 남자가 분명히 자신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콩쥐는 남자의 질문에 대답대신에 파티장을 뛰쳐나갔다. 파티장을 뛰쳐나가다가 구두 한 짝이 벗겨졌다. 그러나 콩쥐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 그 남자는 저렇게 뛰쳐나가버린 콩쥐를 보고는 매우 슬퍼하였다.


콩쥐의 폭발

부잣집 아들은 슬퍼하던 중에 그녀가 남긴 구두를 발견하였다. 그는 그것이 매우 큰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기쁨에 다음날 전국에 뉴스를 보냈다. 그녀가 남긴 구두와 같은 크기의 발을 가진 여자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 여자를 발견하면 그 여자와 같이 결혼하겠다는 상도 내걸었다.

한 편 콩쥐는 아직 뉴스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잔악모는 조용한 것을 좋아했으므로 TV, 라디오 등의 물건들은 사용한 적이 없었다. 어쨌거나 콩쥐는 그 뉴스를 듣지 못한 것보다 지금 받는 벌이 더 중요했다. 파티에 가던 날, 콩쥐는 명령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잔악모는 콩쥐에게 아주 커다란 벌을 내리기로 하였다. 그것은 콩쥐에게 밥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커다란 벌로 인해 콩쥐는 며칠간 밥을 먹지 못했다. 그래서 콩쥐는 매우 야위게 되었고 신경은 굉장히 날카롭게 되었다. 신경이 날카롭게 된 콩쥐는 더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었다. 그러나 파티장에서의 행복함을 생각하며 계속 버텨나갔다.

어느 날 콩쥐의 집으로 부잣집 아들이 찾아왔다. 그는 콩쥐가 남긴 신발의 주인을 찾기 위해서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파티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신을 신겨서 그 신과 꼭 맞는 주인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잔악모는 콩쥐가 남겼던 신발에 발을 넣었다. 그러나 그 신발은 너무 작았다. 그래서 잔악모는 억지를 부려봤지만, 무시당했다. 그리고 쥐새끼에게 신발을 신겨보았다. 그랬더니 신발이 너무 커서 들어가지 않았다. 쥐새끼도 그 엄마와 같이 억지를 부려봤지만, 아무 이득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콩쥐가 신발에 신어보았다. 신발을 신어본 콩쥐는 매우 깜짝 놀랐다. 신발이 컸기 때문이다. 콩쥐는 밥을 먹지 못하여 몸이 야위었는데 발 역시 작아져서 신발이 커지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부잣집 아들은 신발이 맞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므로 콩쥐의 집도 그냥 지나가버렸다.

부잣집 아들이 가버린 후 콩쥐는 바로 방에 들어가서 울기 시작했다. 그 신발의 주인은 자신인데 저 두 녀석 때문에 신발을 신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콩쥐는 점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그 둘이 자신에게 해온 짓이 점점 생각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매우 힘든 일을 자신에게 맡기고 그들은 자신을 도와주기는커녕 하기 더 힘들도록 방해만 했었다. 그리고 명령한 일이 성공하면 완성시켜 놓은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서 다시 하도록 하게 했다. 점점 억울한 감정이 북받치자 콩쥐는 결국 폭발해버렸다.

콩쥐는 먼저 부엌을 망쳐놓기 시작하였다. 한때 콩쥐가 애써 정리했던 부엌은 순식간에 어지러워졌다. 그러나 콩쥐는 이성을 잃은 상태였으므로 지금 무엇을 하는 지도 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콩쥐는 집의 모든 곳을 어지럽히고 부수기 시작하였다. 여기저기에서 굉음이 들리면서 부서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래서 조주예와 최팥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자신의 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그 광경을 보고 매우 놀랐다. 그들은 콩쥐가 저렇게까지 화난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 콩쥐가 조주예와 최팥쥐를 발견하였다. 콩쥐의 눈에는 누구라도 바로 죽이려는 살기를 띄고 있었다. 콩쥐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망치를 그들에게 던졌다. 여러 힘든 일을 하면서 예리한 손을 가지게 된 콩쥐의 망치는 곧바로 최팥쥐의 뒷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 최팥쥐는 망치를 맞는 순간 앞으로 쓰러진 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였다. 그녀는 복도의 하얀 벽에 빨간 피를 잔뜩 튀기며 싸늘한 시체로 변해갔다. 복도의 하얀 벽에 불규칙하게 찍힌 빨간 점들을 본 조주예는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콩쥐는 이성을 잃은 조주예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조주예는 스스로 여기저기에 머리를 박으면서 피를 뿜어내고, 우왕좌왕하다가 넘어지면서 무릎이 깨지고 몸에 멍들이 생겼다. 그렇게 조주예는 이성을 잃고 혼자 자학하였다. 그 모습을 보던 콩쥐는 매우 즐겁고 기뻤다. 그렇게 위엄 있게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던 그 조주예가 잔악모가 지금 저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콩쥐는 죽어가는 잔악모를 단번에 죽여 버리기로 하였다. 콩쥐는 팥쥐 근처에 떨어져 있던 망치를 주워들어 조주예의 머리 정중앙을 맞춰 던졌다.

망치는 회전하면서 조주예를 향해 날아갔다. 조주예는 우왕좌왕하다가 날아오는 망치를 보았다. 조주예는 날아오는 망치를 보다가 머리 앞에 도달하자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때는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후였다. 조주예는 그렇게 망치를 맞게 되었다. 머리의 정중앙에 맞은 망치는 조주예의 앞에 떨어졌다. 조주예는 얼굴이 일그러짐을 느끼면서 마지막 필름을 끊었다. 조주예의 얼굴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솟구쳐 내렸다. 조주예의 주변에는 피가 흥건히 고였다. 조주예와 최팥쥐는 CCTV 아래에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CCTV는 쓰러져 있는 그들을 무시한 채 잠만 자고 있었다. CCTV의 작동을 정지시킨 것은 조주예 자신이었다. 콩쥐가 자신을 죽이는 장면을 자신의 손으로 찍히지 않도록 꺼 놓은 것이다. 그렇게 조주예와 최팥쥐는 스스로 죄 값을 받고 자신이 멈춰놓은 CCTV아래에 쓰러져 있었다.

조주예와 최팥쥐는 콩쥐에 의해 살해당하였으나, 그들은 그것을 증명할 수 없었다. 다만 콩쥐는 스스로 이러한 말로써 상황을 결론(結論)지었다.

"나는 살해한 것이 아니다. 나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것은…… 복수이다."


에필로그

콩쥐는 조주예와 최팥쥐의 살해 혐의로 경찰서에 체포되었다. 그러나 CCTV를 꺼놓은 조주예의 실수로 인해, 콩쥐가 두 모녀를 죽였다는 증거가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콩쥐는 석방되었다. 콩쥐는 더 이상 세상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콩쥐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읽어버린 채 두 모녀의 집을 떠나 어디론가 떠나갔다. 어디로 갔는지는 이세상의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누군가가 콩쥐를 취재하기 위해 그녀가 사라진 길을 차례차례 따라가 보려고 하였지만, 그 누구도 콩쥐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몇 년 후, 세상에 몇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콩쥐가 나타났다는 소문이다. ○○동에서 콩쥐가 잠깐 나타나서 같은 말만 되풀이 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목격자들의 말에 의하면 콩쥐는 이러한 말을 했다고 하였다.

"세상을 믿을 것이 못된다. 이승이든 저승이든 인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The End of 'Not To Believe'

Written by Yoon Seung Yong.

Finished at 2005. 10. 30.

배경 가사


헤비메탈 콩쥐

-by Cherry Filter


밥 태우면 죽어, 쌀 한 톨 흘릴 때마다 한 대

손가락에 먼지 묻음, 선반에 먼지 쓸림 혼나

두꺼비는 가까이 못 와 우리는 파티를 가겠어

아니 내가 약한가 이런 세상이 험한건가

몸부림치는 나를 향한 비웃음의 가면들

고뇌의 가지는 더욱더 자꾸만 커져만 가고

너만은 나를 행복으로 인도하리라 믿었어 인나!

일하다 밤태우면 다쳐 확 그냥 선반에 먼지 쓸림 죽어

솥뚜껑에 널린 빨래 갖다 빨아 우리는 유유히 파티나 가겠어 넌 일해!

이런! 내게 착하라 하지마 모두 갖다 바쳐 싹 바쳐 싹 바쳐

이젠 내게 모두 달란 말야 모두 갖다 바쳐 싹 바쳐 싹 바쳐

이 따위 잡일하기 싫어 착한 척 훌쩍이는 내 모습도 싫어

사태관망 지구도 소화불량일걸 니들은 조아라 난 나대로 간다 흥이다!!!

이런! 내게 착하라 하지마 모두 갖다 바쳐 싹 바쳐 싹 바쳐

이젠 내게 모두 달란 말야 모두 갖다 바쳐 싹 바쳐 싹 바쳐

싫어~ 모두 달란 말야 난 말야 예~

이젠 모두 싫어 다 꺼져버려 모두 보기 싫어 자꾸 나를 괴롭혀

이젠 보기 싫어 다 꺼져버려 모두 보기 싫어 자꾸 나를 괴롭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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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ae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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